안녕하세요, 오늘은 척수손상 환자분들과 가족분들이 가장 마음 졸이며 지켜보는 주제, 줄기세포와 신경재생 연구가 2026년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척수손상 진단을 받으면 누구나 한 번쯤 “줄기세포로 다시 걸을 수 있게 된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희망적인 뉴스 헤드라인도 많고요. 하지만 그만큼 과장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도 넘쳐납니다. 그래서 오늘은 최대한 균형 있게, 들뜨지도 비관하지도 않으면서 현재 위치를 짚어보려 합니다.
먼저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2026년 현재, 손상된 척수를 완전히 되돌리는 ‘완치 치료’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여러 갈래의 연구가 의미 있는 속도로 전진하고 있고, 그중 일부는 이미 환자에게 닿기 시작했습니다.
연구는 크게 네 갈래로 나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①줄기세포로 세포를 되살리는 길, ②약물로 신경 재생을 돕는 길, ③전기자극으로 잠든 회로를 깨우는 길, ④뇌와 척수를 기계로 다시 잇는 길입니다. 하나씩 보겠습니다.
1. 줄기세포 — 손상된 세포를 되살리려는 시도
가장 많이 들어보셨을 접근입니다. 핵심 아이디어는 손상으로 사라지거나 망가진 신경세포·지지세포를 줄기세포로 보충해, 신경이 다시 신호를 주고받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라이니지(Lineage)라는 회사가 2025년 ‘DOSED’라는 임상시험을 시작했습니다. ‘OPC1’이라는, 배아줄기세포에서 만든 희소돌기아교세포 전구세포를 손상 부위에 직접 주입하는 치료인데요. 희소돌기아교세포는 신경섬유를 감싸 신호 전달을 돕는 세포라, 이것이 보충되면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2010년, 2015년에 이어 2025년 세 번째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국내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유도신경줄기세포(iNSC)를 이용한 척수손상 치료제가 본 임상 진입을 준비 중이고, 일본(iPSC 기반)과 중국에서도 임상시험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냉정하게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 연구들은 대부분 안전성을 확인하는 초기 단계(1상·2상)에 있습니다. “안전하게 이식할 수 있는가”, “어느 정도 기능이 회복되는가”를 신중하게 확인하는 중이지, 아직 “이 치료를 받으면 걷는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닙니다. 전문가들은 일부 줄기세포 치료가 의료 현장에 도입되기까지 향후 5~10년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2. 신경재생 약물 — 끊긴 신경이 다시 자라도록
손상된 척수 주변에는 신경이 다시 자라는 것을 가로막는 ‘흉터’와 억제 신호가 생깁니다. 이 장벽을 약물로 풀어주자는 접근이 두 번째 갈래입니다.
가장 주목받는 것이 캐나다 너브젠(NervGen)의 NVG-291입니다. 신경 재생과 회복을 촉진하도록 설계된 펩타이드 약물로, 매일 피부 아래에 주사하는 방식입니다. 2025~2026년에 발표된 1b/2a상 임상에서 만성 경수(목척수) 불완전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운동 신경 연결성이 위약군보다 개선되는 일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미국 FDA는 이 약에 ‘신속심사(Fast Track)’ 지정을 부여했고, 회사는 2026년 초 2상 종료 미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직 승인된 약은 아니지만, 척수손상에 대한 최초의 약물 치료가 될 가능성을 두고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3. 전기자극 — 잠든 회로를 깨우다 (가장 임상에 가까운 길)
어쩌면 지금 환자에게 가장 가까이 와 있는 것이 이 분야입니다. 손상으로 약해졌지만 완전히 죽지는 않은 신경 회로에 전기자극을 주어 기능을 끌어올리는 방법인데요.
미국·유럽의 온워드 메디컬(ONWARD Medical)이 만든 ARC-EX는 목 뒤 피부에 전극을 붙여 자극하는 비침습(수술 없는) 장치입니다. 임상에서 참가자의 90%가 상지 근력이나 기능이 개선되었고, 87%가 삶의 질 향상을 보고했습니다. 이 장치는 2024년 12월 FDA 허가를 받았고, 2025년 11월에는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가 확대되었습니다. 즉 연구실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제품으로 환자에게 닿기 시작한 것입니다.
손 기능은 척수손상 환자들이 “다시 걷는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원한다고 꼽는 기능이라, 이런 진전은 일상에 미치는 의미가 큽니다.
4. 뇌-척수 인터페이스 — 끊긴 길을 기계로 잇다
가장 미래적으로 들리지만 이미 사람에게 구현된 분야입니다. 스위스 로잔의 뉴로리스토어(NeuroRestore, EPFL) 연구팀은 뇌의 운동 의도를 읽어, 손상 부위를 건너뛰고 척수의 보행 중추로 신호를 전달하는 ‘뇌-척수 디지털 브리지’를 개발했습니다.
뇌에서 “걷고 싶다”는 신호를 감지해 척수 자극기로 전달하면, 환자가 생각만으로 다리를 움직이는 식입니다. 이 경막외 전기자극(EES) 기술로 여러 명의 척수손상 환자가 다시 보행에 성공했습니다. 아직은 고도의 수술과 장비가 필요한 연구 단계지만, “끊긴 신경을 기계가 우회해 잇는다”는 개념을 실제로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꼭 당부드리고 싶은 것 — 검증되지 않은 시술 주의
희망적인 소식이 많지만, 그만큼 조심하셔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일부 해외(또는 국내) 시설에서 “줄기세포로 척수손상을 고친다”며 검증되지 않은 고가의 시술을 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감염이나 종양 같은 위험이 따를 수 있습니다.
진짜 진전은 정식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며 이뤄집니다. 새로운 치료에 참여하고 싶으시다면, 비공식 시술보다는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 같은 공식 경로를 통해 진행 중인 임상시험 정보를 확인하시고,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2026년 현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완치는 아직이지만, 줄기세포·약물·전기자극·뇌척수 인터페이스가 각자의 속도로 환자에게 다가오고 있다.”
특히 전기자극 분야는 이미 FDA 허가를 받아 가정에서 쓸 수 있는 수준까지 왔고, 신경재생 약물도 최초 승인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줄기세포와 뇌-척수 인터페이스는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조급한 마음에 검증되지 않은 시술에 기대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재활을 꾸준히 이어가며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치료가 현실이 되었을 때 그 혜택을 가장 잘 받을 수 있으니까요. 다음에도 정확하고 희망적인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Reference
- NervGen Pharma, NVG-291 척수손상 1b/2a상 긍정적 결과 (NeurologyLive)
- FDA clears Onward Medical’s ARC-EX spinal cord stimulator for home use (STAT)
- Lineage Initiates Clinical Study of OPC1 for Spinal Cord Injury (BusinessWire)
- Current status of neural progenitor/stem cells for spinal cord injury (Frontiers in Neurology)
- Brain–spine interfaces to reverse paralysis (NeuroRestore, PMC)
-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