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상식,

입는 재활로봇, 어디까지 왔을까?

sky sky Follow Jun 12, 2026 · 5 mins read
입는 재활로봇, 어디까지 왔을까?
Share this

안녕하세요, 오늘은 웨어러블 재활로봇이 요즘 어디까지 왔는지 알아봅니다.

재활병원에서 로봇치료를 받아보신 분들은 로코맷(Lokomat)처럼 천장에 매달려서 트레드밀 위를 걷는 로봇을 떠올리실 텐데요. 물론 지금도 이런 로봇들은 치료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재활로봇의 흐름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치료실에 고정되어 있던 로봇이 이제는 옷처럼 몸에 입는 형태로 진화해서, 실제 평지와 계단을 걷고 더 나아가 집과 일상까지 따라 나오기 시작했거든요.

image 치료실에 고정된 로봇에서, 입고 일상으로 나가는 로봇으로 (AI 생성 이미지)

오늘은 이 변화를 이끌고 있는 국내외 대표 로봇들과 함께, 환자 입장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소식인 건강보험 급여 이야기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국내 재활병원의 새로운 얼굴, 엔젤로보틱스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회사는 단연 엔젤로보틱스입니다. KAIST 공경철 교수가 창업한 회사인데요. 사이배슬론이라는 장애인 로봇 올림픽에서 우승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2024년에는 국내 웨어러블 로봇 기업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습니다.

주력 제품인 엔젤렉스 M20은 뇌졸중, 뇌성마비, 척수손상 환자의 보행 재활을 위한 하지 착용형 로봇입니다. 엉덩관절과 무릎관절을 동시에 보조해 주는데, 기존 치료실 로봇과 가장 다른 점은 트레드밀이 아니라 실제 평지와 계단에서 훈련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환경은 평평한 트레드밀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바닥과 계단이니까요. 훈련 환경이 실제 생활환경과 가까울수록 재활 효과도 일상으로 잘 이어진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보행의도 인식’ 기술입니다. 로봇이 착용자가 움직이려는 의도를 감지해서, 부족한 만큼의 힘만 보조해 주는 방식인데요. 로봇이 환자를 태우고 다 걸어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주도적으로 걷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신경재활의 핵심인 ‘환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자연스럽게 끌어낸다고 합니다. 재활을 받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 힘으로 한 걸음을 떼는 것과 기계에 끌려가는 한 걸음은 느낌이 정말 다르지요.

image 착용형 로봇은 실제 계단과 평지에서 훈련할 수 있습니다 (AI 생성 이미지)

엔젤렉스 M20은 웨어러블 로봇 중 최초로 식약처 3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받았고, 현재 전국 30여 개 재활의료기관에서 실제 치료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2025년에는 태국과 베트남에서도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 해외 진출도 시작했다고 하네요.

회복기 환자를 위한 제품도 있습니다. 엔젤슈트라는 경량형 로봇인데, 수술이나 입원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단계의 경증 보행장애 환자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병원에서 재활을 마쳤다고 회복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하면, 퇴원 이후를 겨냥한 제품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반가운 변화입니다.

300만 원대 개인용 로봇, 위로보틱스 윔(WIM)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웨어러블 로봇은 병원에서나 만날 수 있는 수천만 원대 장비였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 로봇 연구진이 나와서 창업한 위로보틱스가 이 공식을 깼는데요. 2024년에 출시한 보행보조 로봇 윔(WIM)은 300만 원대 가격으로 개인이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2025년 4월에 나온 후속작 윔S는 본체 무게가 단 1.6kg에 불과합니다. 허리에 가볍게 착용하면 걸을 때 다리를 들어 올리는 힘을 보태주는 방식이고요. 전용 앱과 연동하면 보행 속도, 민첩성, 근력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서 나의 보행 능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장기적으로 추적해 줍니다. 보행 나이를 알려주는 기능도 있어서 운동 동기부여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물론 윔은 중증 마비 환자를 위한 재활 장비라기보다는, 근력이 약해진 분들의 일상 보행을 돕는 제품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로봇을 개인이 사서 일상에서 입는다’는 시장이 실제로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개인용 시장이 커질수록 기술은 빨라지고 가격은 내려갈 테니, 결국 그 혜택은 더 무거운 보조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도 돌아오게 되겠지요.

목발 없이 걷는 외골격, 프랑스 Wandercraft의 도전

image 하지 외골격 로봇의 선구자 격인 일본 Cyberdyne의 HAL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 2.0)

해외로 눈을 돌리면 프랑스의 Wandercraft라는 회사가 눈에 띕니다.

ReWalk나 Ekso 같은 기존 하지 외골격 로봇에는 공통적인 한계가 하나 있었는데요. 로봇이 다리를 움직여 주더라도 균형은 착용자가 목발이나 워커로 직접 잡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팔 힘이 약한 사지마비 환자분들은 사용 자체가 어려웠지요.

Wandercraft의 로봇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공략했습니다. 로봇이 스스로 균형을 잡는(self-balancing) 방식이라서, 목발 없이 두 손을 자유롭게 쓰면서 걸을 수 있거든요. 두 손이 자유롭다는 것은 단순히 편한 정도가 아니라, 걸으면서 물건을 들고 문을 열고 악수를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일상의 차원이 달라지는 것이지요.

병원용 모델인 Atalante X는 이미 여러 나라의 재활센터에서 사용되고 있고, 지금은 척수손상 환자가 집과 일상에서 직접 사용하는 개인용 모델 Eve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AI 반도체로 유명한 NVIDIA와 협력해서 인공지능 기반 자세 제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는데요. 2025년에 7,5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뉴욕에 ‘Walk in New York’이라는 파일럿 센터를 열어 척수손상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미국 시장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휠체어를 완전히 대체하는 날은 아직 멀었지만, ‘척수손상 환자가 로봇을 입고 일상에서 두 발로 선다’는 목표에 현재 가장 가까이 가 있는 회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제도에서 — 건강보험 급여화

사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치료비가 부담스러우면 환자에게는 그림의 떡인데요. 그래서 어쩌면 오늘 소식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제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5년 2월 1일부터 뇌졸중 환자의 로봇보조보행치료에 건강보험 선별급여가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회당 수만 원에서 십수만 원의 비급여 부담으로 로봇치료를 망설였던 분들에게는 정말 반가운 소식이지요. 다만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조건이 있습니다.

image 급여 적용 여부는 진료 시 의료진과 꼭 상의해 보세요 (AI 생성 이미지)

재활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의 기능적 보행지수(FAC)가 0~5단계 중 2 이하여야 하고, 발병 후 6개월 이내의 훈련이어야 하며, 식약처에서 3등급 ‘로봇보조정형용운동장치’로 허가받은 기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발병 초기의 집중재활 시기에 보험 혜택을 몰아주겠다는 취지로 보이는데요. 뇌졸중 재활은 발병 후 6개월이 골든타임이라고 불릴 만큼 초기 집중치료가 중요하니, 해당되시는 분들은 꼭 챙기시면 좋겠습니다.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현재 급여 대상이 뇌졸중 환자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인데요. 척수손상이나 척추질환 환자도 로봇재활 효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비급여로 받아야 합니다. 의료계에서도 급여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으니, 척수손상 환자분들과 가족분들은 앞으로의 정책 변화를 함께 지켜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런 제도는 환자들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낼수록 빨리 바뀌니까요.

마치며

글로벌 웨어러블 외골격 로봇 시장은 연평균 40% 이상 성장하면서 2026년 약 5조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합니다. 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제품이 다양해지고, 가격이 내려가고, 보험 적용 논의도 활발해진다는 뜻이지요.

치료실에 고정되어 있던 로봇이 환자의 몸에 입혀져 평지와 계단으로, 그리고 집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로봇이 환자를 끌고 가던 방식에서 환자의 의도를 읽고 부족한 힘만 보태주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고, 전액 본인 부담이던 치료비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재활병원에서 로봇치료를 권유받으셨다면, 이제는 어떤 로봇으로 훈련하는지, 나에게 보험 급여가 적용되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진료 시 의료진과 꼭 상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다음에도 유익한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Reference

sky
Written by sky
안녕하세요, Rego 재활연구소를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